NHK에 어서오세요!! (NHKにようこそ!) 감상 후기..

2010. 6. 10. 08:01이야기(Story)/미디어(Media)

그동안 보기를 미뤄두었던 NHK에 어서오세요!를 봤다. 곤조(Gonzo)작품이기에 어느정도 기대치는 가지고 있었다.

처음 1화를 보기 전, 원작에 대한 정보도 없었을 무렵, 나는 이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젊은이들의 성장드라마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아뿔사.. 이 NHK가 그 NHK가 아니었다. 일본방송협회의 일본말 日本放送協会, Nippon Hoso Kyokai(니폰 호소 쿄카이)의 약자가 아니라 일본 히키코모리 협회라는 日本ひきこもり協会, 영어로 Nihon Hikikomori Kyokai의 말에 머릿글자였던 것이다. 히끼꼬 모리란 은둔형외톨이란 뜻으로, 예전에 리뷰를 올렸던 명작 동쪽의 에덴에서도 등장했던 소재이기도 하다. 사회문제를 담은 애니라니, 왠지 보람찬 마음으로 1화를 봤고, 그리고 어제 끝까지 보게 되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주인공인 히끼꼬모리계의 선두주자 사토 타츠히로와, 그의 구세주로 등장하는 나카하라 미사키. 그리고 사토 타츠히로의 고등학교 후배 야마자키 카오루. 이 세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토 타츠히로는 주업이 히끼꼬모리, 부업이 니트고, 잠깐 아르바이트로 온라인게임폐인이었던 사나이다. 너무나도 무기력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화가 치밀 정도의 분노를 자아내게 만든다. 아버지께서 실직하시고, 어머니께서는 자신이 일을 더해서 돈을 보내주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아들이 하는 말이 돈이 적다고 투정부리다니.. 이 캐릭터가 제일 이해가 안갔던 부분은 아버지께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갔는데, 아버지의 안부는 물을 생각도 안하고 자신에게 송금되는 돈 걱정을 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진짜 안에 들어가서 머리채를 잡고 주먹으로 한대 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가상이기에 마음을 접어야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열받는다.

사토 타츠히로의 구세주로 등장하는 나카하라 미사키. 이 애니를 볼수록 그녀가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봤다.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의 삶을 잃어버린 그녀를 볼 수록 가슴이 찡했다. 사토 타츠히로와 애정모드로 돌변해 나갈 때에도 이런 멍청한 타츠히로!를 속으로 몇십번 외쳤을 정도로 나카하라 미사키는 안스러움을 자아냈다. 그녀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채 살아가다가, 사토 타츠히로를 알게되었고, 사토 타츠히로란 존재를 자신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변화시켜, 그와 함께 함을 나카하라 미사키 본인의 살아가는 이유로 삼으려 한다. 후반부에는 잠깐 악역이었나?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 생각은 오산. 역시 그녀는 보살펴주고 싶은 캐릭터였다. 

마지막으로 사토 타츠히로의 고등학교 후배 야마자키 카오루. 고등학교시절 주위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때 선배인 야마자키 카오루가 딱 한번 구해준 계기로 사토 타츠히로와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오타쿠지만 거의 천재에 가깝다. 신카이 마코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캐릭터제작이며, 각종 디자인에, 게임프로그램 설계까지. 거의 혼자서 미연시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엄청나다. 거의 능력자인듯. 완전 부러워~ 나랑 동업하면 안되겠니? 
 
이 애니의 소재이자 주요 전개요소인 히끼꼬모리, 니트. 이런 사회문제 애니는 역시 동쪽의 에덴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동쪽의 에덴과 NHK에 어서오세요!를 놓고 비교하자면, 문제의 원인을 어디에 '주'로 두고 있느냐인 것 같다. 개인에게 있느냐, 사회에게 있느냐. 동쪽의 에덴이 그릇된 사회로 인해 도태되어가고 있는 인간상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면, NHK에 어서오세요!는 순전히 개인의 그릇된 망상이나 의지에 달려있다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NHK에 어서오세요를 보는 내내 갑갑한 마음을 벗어낼 수가 없었다. 히끼꼬모리, 니트는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다. 근래에 들어 이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심각해지기에 이렇게 애니로, 수많은 책이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 사료된다. 개인들에게 각각의 계기를 만들어주면서 그들도 할 수 있다는 계기나 희망을 주는 것이, 배고파서, 먹고 살기 위해 히끼꼬모리나 니트를 탈피한다는 것보다 더 보기좋고, 공감되며,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요새 노다메 칸타빌레나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같은 애니가 절실하다. 아름다운 그림체에 환상적인 드라마, 멋진 음악까지.. 난 이런 애니가 좋은데..쩝... 특히 노다메 피날레는 최고인듯~ 너무 멋져~ 만화책도 완결되서 더 나오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피날레 그 후라던가 극장판으로 노다메가 프로가 되서 엄청난 공연을 하는 그런 애니가 나왔으면 좋겠다. NHK어서오세요! 같이 어두운 소재를 더 어둡게 그린 애니는 흥미는 가지만 왠지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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