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 애스(Kick-Ass) 영웅의 탄생 시사회 후기. 영웅이 정말 탄생한 걸까?

2010. 4. 14. 20:56이야기(Story)/미디어(Media)

어제 티스토리에서 시사회 당첨이 되어 명동 임비뉴엘 롯데시네마에 가서 킥애스를 보고 왔다. 평일 14시~16시는 정말 시간내기 힘든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에 일상의 탈출을 감행했다. 

명동에 도착, 임비뉴엘 건물 6층에 롯데시네마가 있는데 정면 매표소에서 오른쪽 방면으로 있는 임시 부스에서 시사회표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닉네임 체크를 하고, 시사회 표 교부받고, 2관이 있는 7층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자리는 D열 9,10. 좌석은 스크린 정면으로 중간에 있었으나 앞뒤간격을 따지면 너무 앞자리에 위치한지라 영화를 보는 나중에는 약간 어지러웠다. 그래도 시사회니까! 하고 참을 만한 자리였다. 그리고 14시10분 정도 스크린의 막이 올랐다.

매튜 본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마크밀러라는 엄청난 만화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히어로 물이다. 스타더스트의 감독과 마크밀러의 만남은 충분히 홍보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본편 시작전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이 보여질 때에도 충분히 기대에 부풀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기대는.....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조성했으나,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건 어느정도 충족은 되었다는 말을 전제한다. 다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영화의 장르가 액션이라고 하기에는 드라마쪽 분량이 많았고, 드라마라 하기에는 액션이 강렬했다. 이 모호함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마크밀러의 작품이 원작이라면 당연히 액션에 치중해야 하는 것이 정석임에도 불구, 영화는 액션과 드라마의 양갈래에서 상당히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원티드의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절실했던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건 거의 히어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다.

강렬했다고 말했던 액션도, 세부적으로 평가하자면, 이퀄리브리엄, 원티드, 매트릭스 그리고 온라인 슈팅게임의 액션을 밋밋하게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이퀄리브리엄처럼 혼자 활보할 바에는 그처럼 화려하면서도 멋있어야 하는데, 다 좋은데 강력함이 부족해 보였다. 아무리 어려도 적이 바로 앞에 있는데 총알 떨어졌다고 냉큼 구석에 숨는 건 이건 아닌듯. 그리고 잔인하면서도 처참하게 적을 처치하는 모습은 나름 훌륭했지만 동방예의지국의 환경에서 자란 내게 있어서는 정서상 맞지 않았다. 영화라 하더라도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인냥 너무 하찮게 여기는 건 옳지 않다! 그래도 영화니까 본다.
 
대체적으로 주인공들이 액션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어려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보였다. 킥애스를 상중하의 범위에서 놓고 볼때 중에만 머물며 볼거리를 제공해 영화를 보는 내내 '언제가 절정이야??'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며 답답함으로 승화, 스크린을 향한 시야를 괴롭혀 나중에는 영화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진실로 숨막히는 액션이 나오길 기다림의 진수였다. 

보는 내내 가장 불만이었던 것은 영화의 액션을 주도하는 인물이 11살짜리 여자아이라는 것이다. 이 여배우의 이름은 크로 모레츠이고, 실제로 97년 생이다. 극중 11살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냉소적인 킬러라니, 한국에서 이런 이야기로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다면 굉장한 파장이 있었을 것이다. 18세이상 관람가영화에 18세가 되려면 한참 지나야 하는 어린 아이가 18세도 보기힘들 정도로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장면이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개인적인 정서를 뒤로 하면, 크로 모레츠라는 이 어린 배우는 힛걸이라는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해내었다. 그녀의 나이대에 하기 힘든 장면이 많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성인도 하기 힘든 칼부림이나 격투씬을 능숙히 해내어 가히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후반부에는 레옹의 마틸다를 연상시킬 정도로 날카로우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존재감도 뛰어났고, 연기도 어설프지 않게 훌륭해보였다. 힛걸의 아버지로 나온 니콜라스케이지도 나쁘지 않았다.

반면 역대 이런 히어로 물은 없었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 킥애스는 지나친 무능력을 보여주었다. 위기에서 위기로. 또 위기에 빠지는 주인공은 왠지 처량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나마 3대1로 싸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위험에 빠진 한사람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으며, 과도한 실수 후에 아주 살짝 만회하는 모습은 가히 눈물겨웠다 말하고 싶다. 아마도 이런 주인공의 무능력함 속에서 영웅이란 존재에 대해 공감대를 이끌려는 감독의 분투가 엿보였다.

드라마는 액션과 비교해 대체로 무난했다. 히어로가 되고 싶지만 무능력한 주인공이 현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태연하게 현실에 맞싸우는 그의 용기가 부러웠다. 중간중간 보여지는 화장실 유머도 살짝살짝 입가를 웃음짓게 만들어 지루함을 살짝 덜어주었다. 참 잊고 지나갈번 했는데 특히 주인공의 여자친구는 상당히 매력적이였다. 그녀의 18세 미만 청취불가 대사는 정말 압권이었다. 게이로 오해하지만 그걸 역이용하여 접근한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정말 기발하면서도 부러운 연애의 기술이었다.
 
이 영화가 과연 시리즈로 나올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다. 스파이더맨을 패러디 한 것처럼 충분히 요소를 깔아두었으니 나올 가능성은 없지 않아 보인다. 사실 스파이더맨을 패러디한 듯한 악당 설정은 솔직히 많이 어색했다.

킥애스는 'Kick-Ass'란 원제에 덧붙여 영웅의 탄생이라는 한국부제를 갖고 있는데, 과연 영웅이 탄생한 것인지는 잠잘 때 고민을 해봐야겠다. 여하튼 불행을 행복으로 바꾼 주인공의 운? 능력?에 찬사를 보내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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