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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경제와 경영을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꽌시(关系). 단순한 사전적 의미(관계)와는 다르게, 지연, 혈연, 학연 등 인맥 형성과 그것의 관리와 활용이 중국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해로 받아들여진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중국 관련 세미나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항상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대표적인 중국용 주제이며, 그렇기에 나름 중국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은 여전히 ‘꽌시는 중국에서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필수조건이다’ 라던가 ‘중국에서는 법보다 주먹, 주먹보다 꽌시가 우선이다’는 등의 주장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처럼 중국에서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필요하다는 꽌시의 중요성과 그 변화의 움직임 등을 정작 우리 정부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모른다고 평가하기에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역량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 올해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의 대북 갈등 상황에서 우리는 외교적 해결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그런 우리 정부에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자인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나라인 중국과 대화하고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대화 창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중국은 두 사건에서 모두 우리 정부가 원했던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았다.

 

 

 물론, 북중 혈맹의 역사와 그를 위시한 여러 이해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정부가 어떤 효과적인 외교적 창구를 갖고 있더라도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명분은 살릴 수 있다. 그것이 정치고 외교다. 한 주권 국가의 국민이 타국의 군사적 행동으로 사망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할 수 없었다면, 모든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국제 사회의 동조와 지지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사과와 보상을 받아냈어야 한다. 이 정석적인 외교 노력 과정에 중국의 역할은 절대 필요 요소였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다음 날 청와대가 가장 먼저 전화한 곳은 미국 백악관이었고, 중국 주석궁과 정상 통화를 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정부의 최우선 통화 대상이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만약 이런 실행 과정이 외교적 전략 고찰의 결과라면 그건 선택의 오류 수준에서 머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게 중국이 어색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싶은 존재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경제적 위치와 경영 환경 모두 급속하게 변화해왔다. 8, 90년대 FDI(Foreign Direct Investment)에 목말라하던 중국은 이제 투기성 핫머니(Hot Money)를 차단한다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올해 G20에서는 미국을 위시한 주요 국가들의 위안화 환율 절상 압박을 단독으로 받아내며 결국 승리했다. 이러한 거시적 위치, 상황 변화는 미시 정책에도 영향을 끼치게 마련으로, 중국 재정부는 지난 94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 폐지해왔던 외국 기업 대상 각종 세금 혜택을 지난 12월 1일 부로 모두 폐지했다. 중국 재정부는 관련 공식 논평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면세 제도로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 며, 처음으로 ‘공정’이라는 가치를 언급했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은 외국 기업의 뇌물과 접대로 꽌시를 형성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중국의 경영 환경과 관련 제도와 규제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기업들만이 정직함과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된 건강한 꽌시를 쌓을 수 있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국 정부의 새로운 비전인 또 다른 신중국이다.

 

 

 이제 중국은 어떠한 측면에서도 우리가 어색해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거기에 심지어 건강해지기까지 하려 한다. 인정하자. 근래 들어 많은 국내 언론과 관계자들이 중국 연구 부재, 외교 채널 형성 노력 부족, 중국 전문가 양성 및 지원 방안 미흡 등을 지적하고 있다. 공부하고 이해하자. 이러한 기본적인 이해와 인정 그리고 노력 없이 중국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줄 것이라는 기대나 예상은 어불성설이다. 대 중국 꽌시의 시작은 중국에 대한 이해와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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